경기 침체 장기화… 서비스산업에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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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와 서비스 산업에 또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 경제상황이 내년에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서다. '위기 경영'에 나선 대기업이 설비투자를 줄이거나 계열사 조정에 나서면서 내수는 이미 심각한 침체에 빠진 상태. 서비스업 성장률도 지난 3분기부터 크게 둔화됐다. 정부는 지난 5년간 각종 규제완화 정책을 시행하며 서비스 산업의 '선진화'에 집중했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서비스업은 여전히 '후진적인 구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L자형 장기침체 현실화하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경기가 올해 3분기에 바닥을 찍고 회복세에 접어든다는 '3분기 바닥론'이 자취를 감췄다. 대신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져 내년에도 L자형의 경기둔화 흐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횡보론'이 확산되고 있다.

서비스업 성장률, 전기 대비 0.4%P 하락
MB정부 추진 산업 선진화 '제자리걸음'
생산성·대외경쟁력 '후진적 구조'도 문제


이미 주요 기관들은 내년 성장률 예상치를 하향조정하며 암울한 경기전망을 내놓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의 2013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3.1%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세계경제 전망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전반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면서 3.9%에서 3.6%로 전망치를 낮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전망치를 3.4%에서 3.0%로 낮췄고, 한국은행은 3.2%로 수정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 10월 '2013년·중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5%로 제시했다. 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와 중국, 미국의 부진으로 수출여건이 신속하게 개선되기 어렵고, 국내 가계부채와 고용·내수의 전망도 밝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노무라(2.5%), UBS(2.9%), 메릴린치(2.8%), 도이체방크(2.6%), BNP파리바(2.9%) 등 투자은행(IB)은 일제히 2%대를 예상했다.

■ 내수·서비스업 직격탄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성장률 하락의 주요 원인은 내수부진. 수출은 성장률을 0.6%포인트 높였지만 내수는 성장률을 0.5%포인트를 갉아먹었다. 서비스업 성장률도 전기 대비 0.5%에서 0.1%로 급감했다.

전문가들도 내수위기를 걱정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내수 침체가 심각한 양상"이라며 "생각보다 상황이 나쁘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서비스업과 같은 내수산업은 제조업에 비해 경기회복 속도가 더딜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 경기회복이 이뤄지더라도 수출 중심으로 진행돼 내수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의 경우 경기회복 국면에 진입하는 시기가 늦어지고 회복 강도도 상대적으로 미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이 2.9%로 경제성장률(3.5% 전망)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내수 경기 회복을 가속화하기 위해 내년 재정지출을 상반기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수·서비스업의 대표업종인 소매유통업의 내년 전망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드러난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유통업체 최고경영자(CEO)와 학계 및 관련 단체 유통전문가 80명을 대상으로 '2013년 소매유통업 전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 소매시장 규모가 올해보다 3.2%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소매시장 성장률로 추정된 4.2%보다 1.0%포인트 낮은 수치다.

대한상의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국내경기 둔화, 가계부채 증가, 대형유통점 규제강화 등에 대한 우려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며 "3%대에 가까운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성장률은 0%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서비스산업 선진화는 '빈 수레'

이처럼 내수·서비스업이 위기를 겪으면서 정부의 '서비스업 선진화 정책'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부터 내수를 살리고 서비스산업을 선진화하겠다며 총 13차례에 걸쳐 700개 가까운 서비스 부문 선진화 과제를 발표·추진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서비스업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60.8%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에는 58.1%로 오히려 감소했다.

서비스산업의 고용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등 저부가가치 업종의 고용 비중이 높다.

사업서비스업,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등 고부가가치 업종의 고용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고용 비중이 낮다.

서비스산업의 노동생산성은 제조업에 비해 저조한 수준이며 서비스산업과 제조업의 노동생산성 격차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도 계속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입법조사처는 "서비스산업이 고용구조, 생산성, 대외경쟁력 등에서 여전히 후진적인 구조"라고 밝혔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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